2013.5. 행주산성에서....뮤2.
스캔 : PF3650u
오늘도 술을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사실 택시를 타도 되지만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나의 마음만큼 더디게 종로를 달립니다.
요즈음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대학교 때 까지만 해도 입에도 대보지 못했던 술을, 회사원이라는 표찰을 달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시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서, 그리고 하지 못할 말을 할 용기를 얻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 하지마는 나는 무슨 이유로 술을 마시는지는 나 조차도 잘 알지 못하고, 그게 참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나와 마음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쓰디쓴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무 준비도 못한채로 들은 얘기여서 그런 것인지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술김에 나온 얘기라고 치부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진심이라고 느껴지기에 가슴에 상처가 생깁니다. 사실은 아직도 이 나이에 가슴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는 스스로도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내가 철이 없고 어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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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나이를 먹고도 이곳, 저곳에서 변함없이 상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상처를 주고 받는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은, 요즈음에 들어서는 온전히 나 만이 상처를 받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잘 갖춘 방벽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
하나 둘 씩 떨어져 갑니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원했던 많은 것들.
바닥에 떨어진 잔해들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아직 떨어지지 않은 것들은 손에 닿지 않습니다.
손 닿지 않은 거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렇게 나는 나이 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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