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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뒷 베란다며 집안에 많은 화분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아버지는 어디서 꺼내셨는지 날카로운 전지가위를 손에들고 가지치기를 하셨습니다.
왜 가지를 잘라내는지 설명해 주시며 손 끝에 힘을 주셔거며 내가 보기에는 아까운 잎이며 가지들을 싹둑싹둑 잘라 내셨습니다.
그럴 때의 아버지는 참으로 완고하고 약간은 무서워 보여 그냥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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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 문득 오늘, 내가 많이 피곤하다고 느꼈습니다. 감정이 많고 또 감정이 모자라 피곤하였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한정없는 것이라고 잘 못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의 감정은 남들만큼 오롯하였지만, 한정없는 사용으로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주변의 이 수 많은 가지, 어떤 가지는 굵고 어떤 가지는 가늡니다. 그리고 몇 몇 가지는 특별히 굵고 보기 좋습니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언젠가부터 나름대로 가지치기를 해왔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너무 소극적이었건 아니건 간에.
그러나 그 수많은 가지는 내 감정을 빨아들이고 결국 나는 이렇게 피곤해졌습니다.
남들처럼 살겠습니다. 자를 가지는 주저없이 잘라내겠습니다.
소중한 가지라는건 변함이 없겠지만 남들처럼 조금은 약아지도록, 조금은 무신경해지도록.
지나친 오지랖을 부리기에는 그 불필요함을 너무나 충분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도 이제 이미 많이 지쳐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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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가지와 함께
별볼일없는 열매로
말라버리기는 싫습니다
전지가위로 또각또각
아프지만
남들처럼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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