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일상들

2015년 1월 26일 월요일

by smolee 2015. 1. 26.
반응형




엊그제 부터 계속 몸이 안 좋다가, 결국은 탈이 났다. 주말 내내 아프다가 말다를 계속 하다, 이제는 괜찮아지겠지 라고 했지만 여전히 계속 아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자주 아프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병이 몸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자주 병이 난다. 할 일은 많은데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일요일 부터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다. 어쩌겠나... 어쨌거나 일 보다는 내 몸이 중요한 것이다. 항상 주변 사람들이 아플때 마다 '고집피우지 말고 몸부터 챙겨'라고 말하고 다니는 나였지만, 나 역시 회사에 전화를 하면서도 주저주저 하게되는 것을 느끼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자신도 말과 행동이 같지 못하면서 무슨 마음으로 남에게 걱정된다는 이유로 오지랖을 부렸나. 그들은 내가 아니라도 챙겨줄 사람이 많고 많은데..

.

.


아무튼 이제는 챙겨줄 이가 없는 몸뚱아리이기 때문에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문득 옛날에 읽던 책들에 나오던 상투적인 문구가 떠오른다. '만리 타향에 홀홀단신으로...' 이 곳 서울에 혼자 올라와서 버티고 버틴지 얼마나 되었지? 지난 금요일에 만난 사람과 광화문 일민 미술관 1층에서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문득 이런 얘기가 나왔다. '글쎄요.....한 10년 되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니 정말 1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타향에서의 10년의 세월은 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만, 결국은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따지고 보면 제로섬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벌써 멀게만 느껴지던 30대를 넘어 철없던 시절에는 생각할 수 없는 숫자를 향해 흘러간다. 이 때쯤이면 어떻게 살고 있을 거라는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고 살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 처럼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물을 갖고 조금씩 더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 내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조금씩만 노력하고 바쁘지만 조금씩 시간도 내고 그 때 그 때 즐겁게 살면 될 줄 알았는데...

.

.


늦게서야 많은 것을 깨달았다. 계획없는 삶이 얼마나 무가치 한 것인지.. 사람의 마음은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돈이란 것은 또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인지.. 세상에는 모두 깨달음의 때가 있다고들 하나, 그 시기가 내게는 너무도 늦게 찾아온 것이고, 그 만큼 고민하지 않았던 게으름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

.

.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간만에 청소를 좀 해 본다. 침대도 볕 잘 드는 창쪽으로 옮기고, 스피커도 배치를 바꾸고, 책상도 옮기고, 옷장도 방향을 바꾸고... 방이 좁아 먼지가 많이 나서 창문을 다 열어놓고 청소도 했다. 이불도 세탁기에 넣고, 과일도 사오고 설겆이도 했다. 안 움직이려고 하던 몸이 그제서야 조금씩 시키는 일을 한다. 모두 끝내고 나니 창 밖이 벌써 어둑어둑 해 진다. 많은 일을 했지만, 무언가 아쉬워 영화 한 편을 본다.  화면속을 바라보고 있지만, 습관처럼 시계만 떠 있는 휴대폰을 바라본다. 영화는 끝나고 허허로운 느낌에 잠시 가만히 있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이 익숙하고도 생경한 느낌...

.

.

.

베기만 하면 잠이 잘 와서 참 좋아했던 돌고래 베게가 생각난다. 항상 눈을 감고 있던 돌고래, 지금도 눈을 감고 잠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