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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

Scene #1

by smolee 201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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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회사는 서울역과 서소문 사이에 있었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아삼거리에 있던 내 자취방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역까지 간 후, 4호선을 타고 정확히 10개 역을 거쳐 서울역에 내렸다. 그리고 603번을 갈아 타고 한국경제신문사 정류소 앞에 내렸다. 나는 학생이었고, 그녀는 직장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높다란 빌딩앞에 당당히 서있지 못하고, 건너편 공원에서 그녀를 기다리곤 하였다. 주변으로는 전철인지 기차인지가 자주 다녔고, 그 때마다 차단기는 땡땡땡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차들을 막곤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나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기차를  보다가, 또는 건너편에 있던 커다란 재수생 학원을 들락거리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짊어진 늙은 학생들을 보다가, 문자를 보내면서 그녀를 기다리고는, 그녀가 입구에 약간은 지친 모습으로 나타나면 일부러 전화를 건 채로 통화를 하며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다가가려고 하곤 했었다. 


우리의 만남은 조촐했다. 그녀는 직장을 다녔지만 매일이 힘든 일상의 연속이었고, 나는 시간이 넘쳐흘렀지만 가진 것이 없는 학생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항상 조촐했었고 그 조촐함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만들었다. 가끔은 그저 그 근처 길만 걸어도 즐거웠다. 충정로 아현동 정동. 그냥 그 길이 어디건 모든 것이 그녀와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찾아냈던 약현성당.

 

"저기 가 본적 있어?"

"아니, 회사옆에 있어서 보긴 많이 봤는데 가보진 않았는데.."

"한 번 가 볼까?"

"그러지 뭐"


그렇게 처음 가본 성당은 생각보다 넓고 아기자기했다. 예수의 고행을 형상화한 오솔길을 걸으며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다. 

그리고 본당 입구에 도착해서 살짝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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