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다른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해돋이를 할 시간, 나는 오랫동안 제대로 한번 보려고 했던 이 영화로 시작했다.
고등학생 당시, TTL소녀(임은경), 히로스에 료코, 임수정 등등과 더불어...
내가 좋아했던 이영애의 작품.
스토리는 전 국민이 다 알거다. 이미 공중파에서도 몇번이나....
이 영화 개봉했을때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14년 전 얘기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영상 곳곳에서 추억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란 것은...바로 이 영화 배경 중 하나인 수색역.
우리집 바로 근처다.... 내가 이곳으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건만.... 바로 옆에서 이 영화를 찍었었구나.
지금은 새로 지어서 없어진 수색역 구역사. 나도 영상으로만 처음 보는 곳이다.
기관사였던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못잊는 할머니가 습관적으로 계속 와서 앉아있는 장소..
그 유명한 대사....'라면먹을래요?' 에...
같이 온 상우(유지태).
그리고 그에 이은 2연타..
'자고 갈래요?'
이 영화가 2001년도 작품이란걸 생각하면 정말....
요즘은 흔히 있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간밤에 별일은 없었지만....일어나서 묘한 분위기...
유지태와 이영애는 처음 시작하는 사랑스런 커플 모습을 잘 연기했다.
강릉에 사는 은수는 서울에 사는 상우가 오는 것을 새벽같이 기다리고...
행복했던 한 때.
이 장면이 복선이다.
과거사진 앞의 은수. 그리고 현재 사진앞의 상우.
은수는 이혼 경력이 있고, 이에 지레 사랑에 대해서 방어적인 입장을 가진다.
계곡 물소리를 녹음하는 중 무의식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은수
그리고 그 노래는 릴에 그대로 녹음이 되고...
좋은 분위기에서 문득 집에 소개했으면 하는 뜻을 밝히는 상우.
그리고 순간 굳어지는 은수의 표정.
아직 은수는 결혼에 생각이 없다. (김치 담글줄 모른다는 말로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지만... 상우는 못알아 듣는다)
상우는 우연히 책사이에서 과거 은수의 결혼식 사진을 보게 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생각하고 아무말 하지 않는다.
그 이후 은수는 상우에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런 은수의 태도에 결국은 상우도 버럭 한번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문간에 나와 있는 자신의 짐들....ㅠㅠ........
단념하고 돌아간 상우에게 은수는 또 다시 찾아오고..
슬펐던 장면.... 강릉가는 차안에서 은수의 얼굴을 만져주며..
과거 내 모습이 생각나네...
저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는 아마 분명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인거 같다..
옆자리 여친이 잘때, 그 얼굴을 보는 느낌은...
한달정도 따로 떨어져 있자고 통보 받고....
상우는 바보처럼 한달을 잘 참고 있고......
은수는 접근해오는 가수에게 끌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상우의 전화에는 매몰차게 대꾸한다.
안되겠다 싶어 직장앞(강릉KBS)까지 찾아가서 기다리던 상우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가수의 최신형 승용차(아마 그랜져? - 외제차로 했으면 확실히 좀 더 대비되었을텐데...)를 타고 퇴근하는 은수를 본 상우.
주체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고
술마시고 은수의 집에 찾아온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행동하려는 상우.
데려다 줄까? 라고 물어보는 바보같은 상우.
중간에 은수는 버스에서 내려서, 이별을 통보한다.
여기서, 그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가 나온다....
그리고....다시 상우는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폐인처럼 살다가...
은수의 집 앞에 기다리다가 차에서 잠이 들고.....
은수에게 들키게 된다.
또 여기서....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바보처럼 태워줄까를 시전 하지만.....
이미 은수는 자기 차를 샀다...ㅎㅎㅎ
이 부분은 앞부분에 상우가 은수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는 부분과 대비된다.
은수의 새 차는 낡은 상우의 차와 대조를 이루고.....
상우는 또 은수를 따라가 본다.....ㅜ...
어느 리조트에서 은수는 가수를 만나고 있고....
상우는 은수의 차를 열쇠테러 하다가........들키고.....
또 폐인짓을 시작한다.
치매끼가 있으시던 할머니가 힘들어하는 손자 에게 명언을 남기신다.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게 아니란다'
왠일로 정상적인 말씀을 하시나 싶더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위의 분홍저고리 입고 나가는 씬은, 일종의 암시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는 돌아가셨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 것같다.
(뭐, 실제로 저고리를 입고 나가셔서 사고로 돌아가셨을 수도....)
옛날 앨범의 할머니 사진.
처음컷은 다정히 두명이서...
그리고 나중엔 혼자서 쓸쓸히 걷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마지막 사진은 위의, 할머니의 마지막 외출과도 이어지고 있고.... 그리고 남편의 외도 및 이별 이후 혼자 사는 모습도 암시한다.
그리고 나중에 있을 은수와의 마지막 이별의 뒷모습 씬과도 연계된다.
은수도 일상을 보내던 중, 종이에 손을 베고...
상우가 예전에 알려줬던 방법으로 피를 멈추다가....상우를 생각해낸다.
또 상우를 불러낸 은수. (이건 좀 진짜 나쁜거 아니냐.....3번쨴데)
화분을 주며 할머니께 드리라고 한다. 정작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
그냥 만났으면 어쩌면 잘 되었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가 언급되면서 아마 결심을 한 것 같다.
이 영화 전반에서도 아버지며 고모가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
상우는 은수의 보조를 맞추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은수는 그런 상우를 뜀박질로 따라잡고 '우리 같이 있을까'를 시전한다.
어쩌면, 이전에 그 가수와도 헤어지고 정말 상우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준 것을 깨 닫고 낸 마지막 용기일 수도 있고.......
영화상으로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단순한 변덕인지...어떤지는 알 수 없다.
상우는 말없이 화분을 건네주고, 헤어진다.
은수는 그런 상우에게 마지막 악수를 청하고...
그렇게 둘은 정말로 헤어진다.
유지태의 표정 연기는 여기서 정말 압권이다...아웃포커싱 프레이밍도 정말 잘어울리는 장면이다....
방정리를 하던 상우는 예전 은수가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담긴 릴을 찾아 재생해보고....
마지막은 Nirvana.
이 영화 를 감성적인 새해 새벽에 안봤어야 하는데....영화 선택을 잘못했다.
영화에서는 상우가 마지막 장면에서 해탈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어려운 문제 아닌가?ㅎㅎ
많은 부분에서, 장면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소재도 흔하지만,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고 또 있었던 얘기들을 소소하게 풀어가는 것이 아마...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엔 수 많은 은수, 상우가 있을거니까.
곳곳에서 눈물나게 공감되는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상우의 낡은 차
상우의 티셔츠
은수의 자취방
아무튼 한국 연애영화 중에는 정말 다시 보고 싶은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다.
PS) 사진을 캡쳐해서 좀 올렸다가....저작권 저작권 하길래 다 없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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