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본래 한국에서는 일(一)능이, 이(二)표고, 삼(三)송이라 하여 능이버섯을 최고로 쳤고 능이버섯이 고급식재료의 대명사였지만, 일제강점기를 계기로 능이버섯은 급속히 듣보가 되고 한국의 전통과는 달리 일본 식문화의 영항으로 송이버섯을 1급으로 치게 되었다."라는 이야기가 갑자기 널리 떠돌고 있는데 이것은 낭설을 넘어 역사왜곡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도리어 저 헛소리야 말로 일제강점기때 퍼진 낭설이라 할 수 있다.1931년에 동아일보 요리국에 요리법에 인용문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송이버섯은 삼국사기 기록에 신라 성덕왕에게 진상했다고 되어 있고, 조선시대에도 영조가 "송이, 생전복, 새끼 꿩, 고추장[3]은 네 가지 별미라, 이것들 덕분에 잘 먹었다"고 말하며 지극히 아끼던 음식이었을 정도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대로 왕에게 진상하던 귀한 식품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송이버섯은 지역별 대표적인 진상품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술 더떠 토산품으로는 드물게 중국 사신에게까지 선물하던 물품으로 "송이버섯을 선물하는 것은 최고의 정성"이라고까지 기록되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아예 "세종 원년에 명나라 황제에게 송이를 보냈다"라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으니 거의 산삼 급 대접을 받았던 셈.
왕실 뿐 아니라 양반층이나 일반 백성들에게서도 사랑받던 물품으로, 13세기 고려시대 귀족이자 문신인 이인로는 파안집에서 "송이를 바친 사람이 있었다"며 (즉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선물하던 귀한 물품이였고), "소나무와 함께하고 복령의 향기를 가졌다"라고 평하였고. 14세기 고려시대 목은 이색은 동국이상국집에서 '예전 사람들은 신선이 되겠다며 불로초를 찾아다녔는데, 신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송이버섯을 먹는 것'이라는 시를 남길 정도로 극찬하고, 목은집에서는 벗으로부터 송이버섯을 선물받고 "보내준 송이를 가지고 스님을 찾아가서 고상히 즐기겠다"고 기뻐하며 대단히 감사해하던 기록을 남겼을 정도로 뜻깊은 선물로 귀한 대접을 받던 물품이었다. 이러한 송이 사랑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문집 '사가집'(四佳集)에서 '팔월(음력)이면 버섯 꽃이 눈처럼 환하게 피어라, 씹노라면 좋은 맛이 담박하고도 농후하네'라고 송이를 예찬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으며, 유몽인은 어우야담에서 우리나라의 진기한 음식으로 묘향산과 금강산의 송이버섯구이를 꼽았다.
동의보감에까지 '송이는 맛이 매우 향미하고, 송기(松氣)가 있다.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 이라고 평을 받는 등 명실상부한 으뜸 대우를 받던 버섯이었다. 이렇게 사랑받다 보니 요리방법도 다양하게 발달하여 조선시대 최초의 한글 음식조리서들 중 하나인 음식디미방에는 만두, 대구 껍질 느르미, 잡채등 다양한 양반가 요리에 송이버섯을 사용하는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반면 능이버섯은 왕조 실록이나 귀족,양반들의 문집은 고사하고 동의보감 같은 의학서는 커녕 임원경제지 같은 백과사전에도, 증보산림경제 같은 농사요결서에도,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같은 음식조리서에조차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진상품이나 귀한 선물 대접은 고사하고 약용식물이나 식재료로조차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삼국시대에부터 대대로 왕실진상품이었다고 기록된 송이버섯과 달리 처음 기록에 등장하는 것조차 19세기 중엽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가 처음으로, 여기에도 "웅이(능이)가 먹을 수 있는 버섯"이라고만 등장하지 요즘 홍보하는 대로 고급식재료의 대명사로 쓰였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능이버섯이 먹을 수 있는 버섯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굳이 들어가게 된 것은 바로 과거 독버섯의 감별법으로 여겨졌던 당나라『본초습유(本草拾遺)』의 '밤에 빛을 내는 버섯, 화려하면서 벌레가 없는 버섯, 삶아도 익지 않는 버섯, 삶아서 사람에게 비치어 그림자가 없는 것, 위에 털이 있고 밑에는 무늬가 없는 것, 위로 말리고 적색인 것은 유독하여 사람을 죽인다.'라는 내용에서 능이버섯은 '위에 털이 있고 밑에 무늬가 없는 것'과 '위로 말리고 적색인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독버섯으로 의심받고 널리 식용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19세기 중엽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잠깐 등장했던 능이버섯은 다시 문헌에서 자취를 감춰 1950년대에 한국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버섯을 기록한 한국산균류목록이나 원색한국버섯도감에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표고버섯도 왕실 진상품으로 고급 버섯이었으나, 소나무숲이 아닌 참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등 흔하고 다양한 활엽수림에서 자라며 조선시대에도 이미 인공재배가 가능하였던 관계로 송이버섯보다는 훨씬 흔한 버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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